대전 동구 용전동을 지나던 흐린 저녁, 터미널 주변 특유의 잔잔한 소음과 습기가 섞인 공기가 서서히 몸에 스며들며 하루의 피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던 순간 ‘시애틀모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변 상가 조명과 겹치지 않는 담백한 밝기라 초행임에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고, 차량을 멈추자 복잡하던 도로 소리가 한 단계 낮아지며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차문을 닫고 내리니 바람이 살짝 불어오며 어깨에 남아 있던 긴장이 조금 풀렸고, 입구로 이어지는 길도 단순해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로비에서 은근하게 울리는 낮은 실내음과 일정한 조도가 체크인까지 이어져 짧게 머물기에도 부담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1. 용전동에서 느낀 접근의..